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태복음 20:28]


22.03.06. 밀레도의 대화 1 ~ 영적 독립자 (시드니로 안식년을 가면서)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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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도의 대화 1 ~ 영적 독립자(시드니로 안식년을 가면서)

한석 목사

2004년 6월 22일 전후로 약 한 달간 한국 정부를 소용돌이로 몰고 간 사건이 있었다. 김선일 청년의 이슬람 테러 단체에 의한 참수사건이었다. 이 청년은 중동의 선교사를 꿈꾸면서 부산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서울 한국외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했다. 그리고 중동인을 품고자 하여 자원하여 가나무역 회사 통역사로 이라크에 들어갔다가 테러 단체에 잡혀 참변을 당했다. 그 청년이 죽음 앞에서 했던 말들을 떠 올려봅니다. "한국군 여러분 제발 이라크를 떠나세요. 나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살고 싶다. 여러분의 생명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내 목숨도 중요합니다." "제발, 이라크 파병을 중지하라." "부시는 테러리스트다." "이 전쟁은 명분없는 전쟁이며 석유때문에 일으킨 잘못된 전쟁이다." "나는 부시를 싫어한다. 지금 현실은 불공평하다." 그는 중동인들을 사랑하는 박애하는 마음은 가졌을런지 모르지만 하나님 앞에 있는 ‘영적독립자’로서의 자세는 부족했던 것 같다. 하나님과 세상 앞에서 죽음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영적독립자로 서 있지 못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나와 천응 식구들은 어떨까? 나와 천응 식구에게 복음은 어느 정도의 무게일까?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 죽음의 목전에서도, 위협의 목전에서도, 실패의 위기 속에서도, 담임목사가 없어도 복음은 여전히 우리 교회속에 복음으로 있을까? 담임목사가 없는 1년여 동안 과연 복음이 이 교회를 작동시킬까?

 

밀레도에서 에베소 교회 리더들을 불러 모아 고별 설교와 인사를 나누는 바울의 모습이 떠오른다. 20장 22-23절을 보면 “보라 이제 나는 심령에 매임을 받아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저기서 무슨 일을 만날는지 알지 못하노라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거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바울은 성령 하나님께서 성도들을 통해서, 제자들을 통해서, 그리고 선지자를 통해서 여러 차례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고난과 갇힘이 있으니 올라가지 말라는 음성을 듣는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박과 환난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그런데도 바울은 예루살렘에 올라간다. 바울은 올라가면서 이렇게 고백한다. 24절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여기에는 바울의 인생관, 교회의 핵심가치, 목회의 원칙이 들어있다. 그가 사는 이유는 하나님의 복음의 은혜를 전하는 것인데 그것을 위해서 결박과 고난이 있다 하더라도 예루살렘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의 인생의 목표는 우리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증거하도록 소명에 충성하는 것이다.

 

바울은 고난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울을 현실의 안위, 행복, 안정을 내려놓고 갇힘과 고난의 현장으로 삶을 옮기게 했는가? ‘복음’이다. 바울은 결코 자기 편리를 따라 복음을 믿지 않았다. 복음이 최고의 자리에 놓여 있다. 어떤 삶의 자리에서도 당당한 ‘영적 독립자’로 있는가? 정몽주의 어린 임금을 향한 단심가가 떠오른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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