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며

오이삭 목사

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온 듯합니다. 두꺼운 옷들을 정리하고, 봄에 입으려 아끼던 옷을 꺼내 봅니다. 이번 주에 봄비가 내리고 나면 초록색 생명들이 더 선명해질 것입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학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어른들은 한 계절만큼 더 깊어진 자신과 이웃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마다 시간이 무엇인지, 시간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박완서 작가의 <세상에 예쁜 것>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선생님이 ‘포도주를 만들 때 너희들 뭐가 필요한지 아니?’ 물으셔서 ‘포도, 설탕, 소주’ 이렇게 대답을 하면 ‘또?’ 그러셔서 항아리 등 별의별 대답이 다 나오면 선생님은 포도주는 포도를 버린 것이 땅에 고여 시간이 지나 발효된 걸 발견한 것이라고 하면서, 포도주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포도주가 되기 위해서 포도와 여러 재료들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가 포도주로 변화하는 시간입니다. 김치도 그렇고,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가 가진 특유의 감칠맛도 오랜 시간이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감동을 주는 미술작품이나 음악들도 모두 오랜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과일나무도 겨울을 견디고 시간을 들여서 달콤한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맺어진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성경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그저 쌓이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그 지식들이 시간 속에서 곰삭아져서 지혜가 되고, 신앙 실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오래참음(인내)일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의 찬가에서는 사랑의 속성을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데, 그중에 ‘인내’에 대한 속성이 세가지나 나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도 시간과 인내가 핵심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열매를 맺으시기 위한 시간으로 받으시고, 오래참음과 인내로 견디시며, 달콤하고 향기로운 신앙 실력과 성품을 빚어가시기를 소망합니다.